극단주의자들은 특정 사상이나 인물에 사로잡혀 맹목적으로 추종한다. 집단 내부의 모든 구성원들이 획일화된 사고와 가치관을 공유하고 그렇게 되도록 강요하며 극단적 진영논리를 내세워 비합리적 행동으로 치닫는다. 진영논리에 매몰되어 자신이 지지하는 편의 잘못은 관대하게 넘어가거나 눈을 감고 반대편에 대해서는 작은 흠이라도 비난하는 이율배반적이고 내로남불의 전형적 모습을 보인다.
코로나를 전후하여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극단주의가 확산, 심화되고 있다. 정치인들은 이를 이용하여 국민을 좌와 우로 갈라치기 하고 분열과 반목을 조장한다. 상대 진영과의 대화와 타협을 주장하는 사람이 있으면 이를 배신자로 몰아가며 심지어 문자폭탄을 퍼붓고 상대 진영으로 가라고 협박한다. 이들은 입으로는 민주주의나 자유민주주의 수호를 외치지만 가장 반민주적 행태를 보인다.
민주주의는 정치적 다원주의 하에서 다양성을 받아들이고 다른 성향의 진영과 공존을 추구하는 열린사회에서만 꽃피울수 있는 것이다. 다수결은 민주주의의 중요한 원칙이기는 하지만 소수파의 의견과 권리 존중이 전제되어야 성립할 수 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인종적으로나 문화적으로 훨씬 다양해지고 있고 다양한 생각과 성향, 가치를 추구하는 다원적 사회가 되었다. 이러한 다양한 생각과 관심이 정치적으로 고르게 반영되는 것이 민주주의를 위하여 바람직한 현상이다. 그런데도 극단주의자들은 아군 아니면 적이라는 이분법적인 진영논리로 선택을 강요하고 대화와 타협을 통하여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합리적이고 중도적인 사람들은 설 땅이 없게 만든다.
반지성적 배타주의가 넘쳐나고 포퓰리즘적 선동정치와 중우정치가 판을 칠 때 민주주의는 몰락의 위기에 빠진다. 극단주의자들은 민주주의 제도하에서 민주주의의 보호를 받아 성장하면서 민주주의의 결점을 이용하여 민주주의를 파괴한다. 현 대한민국은 극단주의자들이 발호할 수 있는 좋은 토양이다. 따라서 이러한 전체주의 독재의 출현을 막고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하여 우리는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고 견제와 균형을 통한 실질적 법치주의를 강화시키고 지방자치단체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며 국회를 양원제로 하는 등 헌법개정이 필요하다.
헌법개정 이전이라도 민주주의 보호를 위하여 1개의 정당이 전체 의회 의석수의 60-70% 이상을 차지하는 현상은 막아야 한다. 원내 주요 정당이 서너개가 되면 정책을 어느 한 정당이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기 때문에 극단적인 대립을 지양하고 정당끼리 서로 논의하고 타협하여 합의에 따른 정책을 결정하게 되므로 민주주의 실현에 바람직한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거대양당 구도의 정치 현실을 타파하고 민주주의 파괴를 막기 위하여 거대양당 이외에 의회 의석수 30% 정도를 차지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지성적인 새로운 정당의 출현이 요청된다.
특히 영남이나 호남과 같이 1개의 정당이 80%의 지지율을 받는 현상은 민주주의 발전을 위하여 아주 그릇된 모습이다. 영호남 지역에서도 합리적이고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새로운 정당이 출현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국회의원이나 광역시도의원 선거에서 중대선거구제를 채택하게 되면 사표방지 심리가 줄어들어 중도층의 지지를 받는 중도정당의 출현이 가능할 수 있을 것이나 거대양당이 쉽게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이다. 소선거구제 하에서도 꾸준히 진정성과 방향성을 가지고 노력한다면 열린 사회를 지향하고 지성적이며 합리적인 중도정당이 언젠가 뿌리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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