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www.skyedaily.com/news/news_view.html?ID=267279

미국 국방부 장관에 이어 미국 통합 정보기관의 수장도 한국을 인도·태평양 순방국에서 제외하면서 한국에 대한 트럼프 행정부의 경고가 현실화하고 있다. 탄핵 정국의 소용돌이에 빠진 한국은 미국의 민감국가 지정에 이어 또 한 번 ‘코리아 패싱(Korea passing)’의 냉혹한 외교 현실에 부딪혔다.
일본 교도통신에 따르면 툴시 개버드 미 국가정보장실(ODNI) 실장은 일본 등 4개국과 하와이를 공식 방문했다. 이로써 한국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장관급 미국 관리가 단 한 번도 공식 방문하지 않은 초라한 국가로서 미국의 아시아 맹주였던 위상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버드 실장의 방일은 트럼프 2기 행정부 각료의 공식 방문으로선 처음일 수 있다고 통신은 22일 전했다. 개버드 실장은 내달 10일 재방일할 뜻도 내비쳤다. 방일 기간 중 일본 정보·외교 고위 당국자와 회동하고 미·일 간 정보 협력 강화를 모색했다고 후지TV가 전했다.
ODNI는 중앙정보국(CIA)·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통합 정보기관이다.
미국 최고 정보기관장의 한국 패싱은 대(對) 중국 견제책의 일환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중국의 속국화돼 가는 한국의 위태로운 현실을 철저하게 셈법에서 배제하는 외양을 갖춤으로써 친중 정권의 의도하지 않은 파생을 미연에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해석이다.
최근 트럼프 행정부와 미국 조야의 유력 인사들은 연일 대 중국 강성 발언을 쏟아내면서 12.3 비상계엄의 정당성을 옹호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복심으로 익히 알려진 미 동북아 전문가 고든 창 변호사는 13일(현지시간) 폭스뉴스에 “반미주의자 이재명이 당선되면 남한은 몇 달 안에 주한미군을 몰아내고 공산주의가 된 뒤 중국과 북한에 줄을 설 것”이라고 통탄했다. 1기 행정부에서 국제형사사법 대사를 지낸 모스 탄 박사도 “이재명이 대통령이 되면 한국은 멸망할 것”이라며 중국을 겨냥한 강력한 신호를 잇달아 내보내고 있다.
ODNI가 중국 최고 지도자들의 은닉 재산과 부패 의혹에 관한 조사 보고서 공개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소식도 나왔다.
유럽 정보기관 소식지 인텔리전스 온라인(Intelligence Online)은 백악관이 ODNI 보고서 발간을 앞두고 ‘양날의 검(double-edged sword)’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24일 보도했다.
이에 따라 신문은 보고서의 존재로 “향후 미·중 스파이 기관 간의 관계는 시험대에 오를 것(will test its relationship with the spy agencies)”이라고 내다봤다.
미국의 시각에선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일본·필리핀보다 평가절하됐다는 냉엄한 지적이 중국 쪽에서도 나온다. 정작 중국의 국권 침탈로 가장 큰 위협을 받는 직접 당사국인 한국엔 뼈때리는 결과일 수밖에 없다.
딩 두오 남중국해연구소 국제·역내연구센터장은 중국 관영 영자지 글로벌타임스 인터뷰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한반도와 미·북 외교에 대해 (한국을 우선 제외한) 자체적인 관점을 지니고 있다”면서 “미국이 인식하는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일본·필리핀보다 상대적으로 낮은 것”이라고 한국의 탄핵 정국이 가져온 불확실성을 우회적으로 꼬집었다.
이런 가운데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이 내주 또 한 번 한국을 외면한 채 하와이와 미국령 괌에 이어 필리핀·일본을 순차 방문하기로 한 것은 ‘중국을 타깃으로 하려는 미국의 의도(US intention to target China)’가 반영된 것이라고 중국 관영지가 경계했다.
미 국방 수장의 한국 패싱은 미국이 아태지역에서 역내 안보 공조 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동맹국과 전례 없는 협력 파트너십을 구축하는 가운데 나온 예상 밖 결과다.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정책의 초석을 다지는 미 국방장관을 눈 뜨고 놓치는 불의한 결과라는 우려다.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와도 사뭇 달라진 분위기다. 1기 행정부에선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이 2017년 2월 한국과 일본을 방문했다. 바이든정부 시절인 2021년 3월에도 로이드 오스틴 장관은 한국과 일본·인도를 취임 이후 처음 순방했다.
이로써 트럼프정부가 한국 반(反)국가세력에 보내는 사실상의 최후통첩성 메시지가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한국의 정치 상황은 중국 스파이를 연일 검거하는 필리핀과 크게 대비되고 있다는 지적까지 중국에서 나왔다.
중국 언론은 한국 대신 필리핀이 순방국에 포함된 것도 최근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대치 국면에 있는 필리핀이 중국 스파이들을 대거 체포하며 군사적 긴장을 강화하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