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 게임 시간은 지났다. 이제 남은 건 인저리 타임(추가시간)이다. 탄핵 심판을 받는 윤석열 대통령과 이미 유죄 판결을 받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시간에 쫓긴다. 그들의 운명은 모두 얼마 안 남은 인저리 타임에 달려 있다. 심판의 호각 소리와 함께 영광과 추락의 순간도 엇갈릴 것이다.
축구 경기는 엄격한 룰의 지배를 받는 것처럼 보인다. 실상은 그게 아니란 걸 경험으로 안다. 얼마의 인저리 타임이 주어질지는 주심의 재량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이 순간만큼은 주심이 절대 권력자다. 바꿔 말해 주심 지배 아래 놓여 있는 시간이다.
그럼에도 축구의 인저리 타임은 양팀 모두에게 공정하게 주어진다. 어느 팀이 상대팀보다 더 많은 시간을 할애받진 않는다. 만약 그런 주심이 있다면 팬들이 가만두지 않을 게 뻔하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을 맡은 헌법재판소의 존재 필요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공정하지 못하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일방적으로 한쪽 편을 든다는 것이다. 실제 국민의 눈으로 보기에도 그런 기미가 농후하다. 의심쩍은 구석도 한둘이 아니다.
하찮은 일로 발의된 탄핵소추건은 수개월씩 방치해왔던 헌재가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두고선 마치 떡밥을 던져받은 물고기떼처럼 아우성이다. 파리 날리던 좌판에 거물이 들어온 격이다.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다.
헌재의 편파성은 이미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건으로 자명해졌다. 취임해 일한 시간이 불과 하루밖에 안된 사람을 탄핵한 민주당도 제정신이 아니지만, 이를 6개월씩 깔고 앉은 헌재도 강심장이다. 더 깜짝 놀랄 일은 그게 아니다. 탄핵거리도 안되는 걸 4명이나 인용 의견을 냈다는 사실이다. 헌재의 실체가 뭔지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킨 '사건'이다.
인용 의견은 낸 재판관은 헌재소장 권한대행 문형배와 이미선·정정미·정계선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과 김명수 전 대법원장이 지명한 이들은 진보 좌파 성향의 재판관들이다. 애초에 헌법과 법률, 법관의 양심에 의해 재판하리란 걸 기대할 수 없었던 것이다.
문 대행은 과거 이재명 대표와 SNS를 서로 주고받던 친분에다 노동법학회 활동, 친북 성향의 발언 등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다른 재판관들도 마찬가지다. 이미선 재판관은 동생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산하의 윤 대통령 퇴진 추진위원회 부위원장이다. 정계선 재판관의 배우자는 국회측 탄핵소추 대리인 변호사와 같은 법인에서 근무한다. 이런 상황에서도 헌재는 "양심에 따라 독립해서 판단한다"고 한다.
기가 막힌 사실은 더 있다. 한덕수 총리 등 다른 탄핵 심판건은 내버려두고, 좌익 성향의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를 임명하지 않은 것이 위헌인지 판단을 3일 내린다고 한다.
윤 대통령의 시계는 분초를 다투는데, '이재명 재판 시계'는 고무줄이다. 각종 형사사건 재판의 피고인으로 불려다니는 이재명 대표는 법원 송달 서류를 접수하지 않거나, 법관 기피 신청,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는 방법 등의 기묘한 방법으로 '재판 지연' 꼼수를 부리고 있다.
한국의 대통령은 불행한 자리다. 끝이 좋았던 대통령이 거의 없다. 1987년 6월 항쟁의 결실인 현 헌법 체제의 직선제를 통해 8명의 대통령이 선출됐는데 이 중 3명이 감옥에 갔고, 1명은 목숨을 끊었다. 재임 중 탄핵 소추되거나, 파면된 이도 있다. 본인은 아니더라도 재임 중이거나 퇴임 후 아들을 감옥에 보낸 전임자도 2명이나 된다.
그 이전에는 3명(이승만·윤보선·최규하)이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났다. 한 명(박정희)은 부부가 모두 암살되는 비운의 주인공이 됐다.
헌재는 탄핵 심판을 서두른다. 현재로선 윤석열이 전임자들의 전철을 밟을지 여부가 4월 18일 이전에 결정될 공산이 크다. 문형배, 이미선의 임기가 이날 끝나기 때문이다. 그리되면 재판관 수가 6명이 돼 정속수 미달상태가 된다. 국민들 사이엔 현재가 정해진 답을 놓고 날짜만 기다린다는 의심이 팽배하다. 일부 국민은 헌재를 6·25전쟁 당시의 '인민재판소'에 비유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디지털콘텐츠 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