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일부 공개 “尹측 계속 탄핵 부결 요구…나라 망가져”
“이재명, 유죄 막으려 계엄 할 사람” 논란…이재명 “개 눈에는 뭐만 보여”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변론 종결 직후 내놓은 저서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는 부정선거 세력을 향해 "부정선거 음모론 세력들이 당권을 잡고 주인행세를 하면 보수정치가 망한다"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 측이 탄핵 가결 직전 대통령의 진의에 대해 '계속해서 부결시켜달라는 것이었다'고 말한 점을 들어 한 전 대표는 그러다 대한민국이 망가진다고 판단했다고 썼다.
한 전 대표가 책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해 자신의 유죄판결을 막기 위해 계엄도 할 사람이라고 비난한 대목도 논란이다. 이에 이 대표는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고 맞받았다.
한 전 대표의 저서 '국민이 먼저입니다' 출판사 메디치미디어가 26일 보도자료에서 공개한 책 본문 발췌 내용을 보면, 한 전 대표는 "부정선거 음모론으로 비즈니스를 하는 사람들이 정부와 집권 여당의 주류를 차지하거나 큰 영향력을 갖게 되면 그 해악이 너무나 크다"며 "역사 속에서 극단주의자들은 언제나 존재해 왔고 그 존재 자체가 위험은 아니다. 주류 정치인들이 극단주의자들을 용인하고 굴복하는 순간부터 공동체에 심각한 위기가 시작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전 대표는 "어쩌면 우리 국민의힘의 일부 정치인들은 그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이나 극단적 유튜버 세력을 당권을 잡는 데 유용한 도구 정도로 생각하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하지만 그것은 착각이다. 그런 세력들은 도구에 그치지 않고 거꾸로 주인이자 조종자로 행세하게 될 것이다. 그러면 보수정치는 망한다"(본문 215~216쪽)라고 썼다.
이 책은 한 전 대표가 비상계엄 당시 있었던 일을 자세하게 묘사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고 출판사는 설명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여권에서 가장 먼저 반대하고 나선 이유를 두고 한 전 대표는 "공포에 전염성이 있듯이, 용기에도 전염성이 있다. 계엄령이 선포된 오늘, 공포보다 용기가 더 먼저 퍼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정치적 유불리를 계산하며 우물쭈물 머뭇거리느라 타이밍을 놓치면 안 된다고 결심했다"고 적었다.
책에 수록한 언론학자 윤석만과 대담에서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을 성공시키려는 측의 약한 고리는 무엇이고, 가장 효과적으로 대응하려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짧은 시간이었지만 제 평생 가장 많은 고민을 했던 시간이었다"고 털어놨다. 한 전 대표는 '비상계엄 선포' 방송을 보자마자 여의도로 향했던 때를 두고 "짧은 시간 헌법과 계엄법을 샅샅이 훑었다"며 "수십 년간 법률가로 살아왔지만 계엄법은 이번에 처음 읽어봤다. 일어날 것 같지 않은 일이 벌어진 때일수록, 법과 규정이 중요하다. 거기에서 출발해야 한다. 시민들의 물리력이 아니라, 법에 정해진 절차대로 계엄을 막아야 한다. 그래야 유혈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가 26일 출간하는 자서전 국민이 먼저입니다 표지. 사진=메디치미디어
한 전 대표는 계엄 당시 본회의장에 남은 의원들 중에선 오히려 '당사로 모이라'는 원내대표 공지를 보고 본회의장을 떠나 당사로 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고민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소개하면서 "나는 불법계엄을 해제하는 표결에 우리 국민의힘이 역할을 하지 못한다면 우리 당과 보수정치는 절멸할 것이라고 만류했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계엄 해제 직후 박정하 당 대표 비서실장, 서범수 사무총장 등을 비롯한 의원들과 당직자들에게 △이 계엄은 반헌법적 △대통령 직무수행 계속해서는 안 돼 △대통령과 김용현 국방부장관 등 계엄 주도자들 반드시 법적 책임 져야 △대한민국의 안보나 질서가 흔들려서는 안 돼 등의 입장을 밝혔다고 기재했다.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6일 만난 윤 대통령이 대통령실 관계자가 '마지막 기회를 갖고 싶다, 자진사퇴할 생각 없다, 결국 탄핵으로 가겠지만 당이 도저히 막을 수 없을 때까지 몇 번이고 탄핵을 계속 부결시켜 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한 전 대표는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는 동안 보수정치가 죽고, 국민의힘이 죽는다. 무엇보다 대한민국이 망가질 것"이라고 썼다.
윤 대통령과의 갈등과 관련해 한 전 대표는 자신에 대한 윤 대통령의 사퇴요구가 지난해 1월 이전에도 있었다면서 "2023년 12월 말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결정되고, 언론에도 대대적으로 보도된 상태에서 형식적 절차만 남겨둔 시점이었다. 갑자기 대통령실의 비서관을 통해 전화가 와 비대위원장직을 포기하고 장관직도 사퇴하라는 요구였다. 이유를 물어보니 단지 대통령은 '이유는 본인이 잘 알 거다'라고만 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무슨 일인지 알아봤더니 그날 조선일보 보도에서 여당 관계자의 멘트로 '김건희 여사 특검을 총선 이후에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나갔는데, 대통령이 그 멘트를 제가 한 것으로 잘못 안 것이었다. 그 말은 제가 한 게 아니었다"고 썼다. 한 전 대표는 이밖에도 지난해 총선 때 자신이 국회의원에 불출마한 이유와 관련해 "대통령이 저에게 지역구든 비례든 불출마할 것을 직접 요구했다"고 밝혔다. 한 전 대표는 윤 대통령을 두고 "인간적인 괴로움이 컸지만 정치인에겐 늘 국민이 먼저이기 때문에 사적 인연보다 공공선을 앞에 둘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고 출판사는 전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한동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책에서 자신을 계엄할 사람이라고 비판한 데 대해 개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반박하고 있다. 사진=MBC 영상 갈무리
이재명 대표에 대한 반감도 드러냈다. 메디치미디어는 보도자료에서 "저자는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인물이 이재명 민주당 대표라면서, 이재명 대표가 행정부까지 장악하면 사법부 유죄판결을 막으려고 계엄이나 처벌규정 개정 같은 극단적 수단을 쓸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 저자는 이재명 정권 탄생을 막기 위해서 계엄의 바다를 건너자고 제안한다"고 기재했다.이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26일 오전 기자들과 만나 "부처 눈에는 부처가 보이는 것이고 개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한다"고 반박했다.